대체로 차를 즐겨 마시거나, 책을 즐겨 읽거나, 혹은 옛 물건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취향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.

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역시 향을 피우는 걸 좋아합니다.

옛날 선인들은 아침에 일어나 의관을 갖추고 책을 펴기 전에 향을 한 대 사루기를 즐겼다고 합니다.

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고 주변을 맑게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.

고창 선운사 근처 바닷물과 민물이 합쳐지는 곳에 장수강이 있는데, 여기서 오래 전에 물 속에 묻혀있던 참나무 토막들이 심심찮게 발견되고 했답니다.

이 참나무는 오랜 세월을 물 속에서 견뎌내어 이 나무로 향을 만들면 아주 훌륭한 침향이 되었다고 합니다.

이미 오래 된 얘기입니다만 여기서 침향이란 물 속에 잠겨 있었다고 침향이라고 하겠지요.

제가 오래 전에 일본에 갔을 때 교토의 어느 곳에 가니 향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곳이 있었습니다.

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향 산업이 발전하기 전이어서 굉장히 흥미를 가지고 그 과정을 지켜보았는데 몇 년 뒤에 우리나라에서도 천연향을 만드는 곳이 생기더군요.

제법 고가임에도 향을 좀 구입해서 가끔 피우곤 했습니다.

그런데 일본의 향들은 디자인 면에서도 예뻤고 선향 하나하나에 그 향의 이름을 시적으로 적어놓았더군요.

예를 들면 '아침의 안개'라든지 '보라빛 숲'이라든지, 이런 식으로 작은 향에 아주 작은 글씨를 써 놓은 걸 보고 그들의 미감에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.

아무튼 우리나라에도 좋은 천연향이 요즘은 시판되고 또 향을 즐기는 분도 많아졌습니다.

 

오늘 소개하는 향은 대만제인데 '침향'입니다.

앞에서 얘기한 물 속에 잠겨있다는 침향이 아니고 베트남 오지에만 있어서 보호되고 있다는 그 침향입니다.

이 침향은 알다시피 공진단 같은 약을 만들 때 쓰이는 고급 약제로도 쓰입니다.

그래서 워낙 가짜가 판을 치고, 사실 한 때 보이차가 그랬던 것처럼 파는 사람도 모르고 사는 사람은 더욱 몰라서 아주 복마전 같은 것입니다.

지금도 침향이라고 더러 취급하는 데를 보았고 또 조그만 조각을 가지고 물에 다려 먹는 차인들도 보았습니다.

그러나 전문적으로 침향을 아는 분이 잘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.

약재로는 쓸 수 없는 침향조차도 1g에 1만원씩 하는 것이 침향인데 이 고가의 향을 남의 말만 듣고 덥썩 업어온다는 건 좀 무모한 일인 듯 합니다.

소개하는 침향은 제가 상품화되어 나오는 향 중에는 가장 좋았던 향입니다.

대체로 향을 피우고 나면 남는 끄으름 냄새같은 것이 나질 않고 은근한 침향 특유의 향만 남습니다.

물론 이 향은 순수하게 침향 원목이 아니고 향을 피우기 좋게 나선형으로 제조한 향입니다.

마치 모기향처럼 생겼습니다.

한 통에 24개가 들어 있는데, 또 그 1개는 2개를 겹쳐놓아서 총 48조각이 들어 있습니다.

1조각이 타는 시간도 재 보진 않았지만 거의 1시간 넘게 타는 듯 했습니다.

아주 좋은 침향입니다.

좋은 계절을 맞이하여 독서를 하며 차를 마실 때 침향을 한 대 사루면 더욱 여유있는 생활이 되리라 생각합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