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995년 무지 난향 보이차입니다.

이 차는 구체적으로 난향이 난다고 아예 못을 박고 있습니다.

사실 몇 편 되지 않아 품명을 제대로 해보지 못 한 차였습니다.

전에 부스러기를 좀 우려서 마셔 보았을 때 그 맛이 뛰어나서 못 잊고 있었는데

오늘 제대로 한번 우려보게 되네요.

흔히 말하는 천연 야생차입니다.

말하기를, 중국 정부에서 금하는 차산에 몰래 들어가 채취하였다고 하는 그 야생차 말입니다.

그렇게 말하는 대부분의 차들이 마셔보면 엉망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.

그러나 이 차는 연원을 모릅니다.

어디서 어떤 차를 어떻게 채취했는지 모른다는 뜻입니다.

다만 야생차라는 것만 알고 구한 차입니다.

그러니 오직 맛으로만 승부할 수 밖에 없습니다.

거친 느낌이 납니다.

 

95년도 차인데 색상이 다양하게 나타납니다.

황편이 섞여 있는 듯 하지만 황편은 아닙니다.

우선 모양새가 강한 인상을 줍니다.

탕색은 연도에 맞는 평균 색상을 보입니다.

야생이라는 선입감을 지우고 마셔 본다면 맛은 매우 두텁고 부드럽습니다.

두터운 맛이 아주 특이합니다.

마치 입 안에 맛의 무게와 부피감이 가득한 느낌입니다.

그리고 부드러운 맛이 감쳐 올라옵니다.

벌써 수 십잔을 우렸는데도 맛의 두께와 부드러움이 가시질 않습니다.

그러나 부드러운 이면에 차기가 강하게 느껴집니다.

단맛은 끝까지 끈끈하게 나옵니다.

난향이랄까 하는 향은 오히려 뒷 잔으로 가서야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.

향은 은은하기 그지 없습니다.

포수가 엄청나게 많이 나오고 그 맛과 향이 수그러들지 않네요.

우린 후 엽저를 보면 여린 잎에서부터 무지 큰 잎까지 다양하게 병배되어 있습니다.

잎도 탄력과 온전성을 겸비하고 있습니다.

간혹 색다르게 검은 잎이 있는데 잎은 온전한데 다른 찻잎보다 좀 뻣뻣하네요.

살청과정에서 그런 잎들이 생겼나 추측합니다.

특히 매우 큰 잎도 보입니다.

주맥과 부맥이 뚜렷하고 톱니는 불규칙합니다.

대개 야생차라고 하는 차들이 제다 상의 문제 때문에 차가 형편없었는데

이 차는 정말 좋습니다.

잡 맛도 전혀 없고, 제다 중에 일어나는 문제로 인한 맛이나 엽저의 이상도 전혀 없습니다.

이 차가 앞으로 10년 정도 더 지나면 어떤 차가 될까 무척 기대됩니다.